내 첫사랑은 초등학교 4학년때 였던 것 같다. 그때 당시 나를 좋아하던 소녀가 한명 있었다.
햇볕이 화창한 어느 한 낮의 쉬는 시간이었다. 그 아이가 열심히 공책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나보다. 심술 꾸러기 친구 한 녀석이 그녀가 적고 있던 공책을 뻇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 1등 김xx, 2등 박xx, 3등 xxx"
그 애가 생각하는 같은 반 남자의 인기순위였나 보다. 2등의 이름이 나였다. 그녀는 그 친구의 심술궂은 장난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지금에서야 그런 귀여운 아이가 나를 좋아해준다고 하면 설레고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부끄럽고 싫을 수가 없었다. 그런 사실에 대해 은근히 좋아 했던 것도 없었고 그냥 무조건 싫었던 것 같다.
빼빼로 데이 날이었다. 벌써부터 그녀 친구들이 난리가 나서 내 주변에 와서 힐끔 힐끔 쳐다보며 부끄러워한다. 대충 무슨 일이 일어 날지 예상이 갔었다. 그녀가 수줍게 와서 빼빼로를 건냈다. 그리고 그것을 구경하던 주변 남자 친구들이 놀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부끄러움과 원망이 한 순간에 몰려왔고 그녀가 건네준 빼빼로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교실에서 최대한 멀어졌다.
나중에 교실로 돌아와보니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녀 친구들은 쓰레기 보듯 나를 보며 눈을 흘기고 남자애들은 나를 멋진 놈, 사나이라면서 추켜세워줬다. 참 어렸고, 유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날부터 나에게 애정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점점 속으로는 그녀가 신경쓰이기 시작했고 귀엽고 예쁜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우쭐대게 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도 그녀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가끔 주는 쪽지가 좋았고, 한번씩 와서 나와 사귈래 라고 물어보는 그녀의 당돌함과 웃음이 좋았다.
나는 부활동으로 단소를 부는 것을 좋아했다. 그 날도 부 사람들과 함께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물었다. 나를 쫓아다니는 그 아이에 대해. 나는 답했다. 귀찮고 성가신 애라고, 그리고 못생겼다고.
밖에서 소리가 났다. 우당탕탕. 장구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보니 누군가가 뛰어서 도망갔다. 직감적으로 그 아이인걸 나는 알았다. 창밖을 바라보니 그 아이가 울면서 운동장을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쫓아가지 못했다.
그 날 이후로 그 아이는 나를 본체만체 했다. 나도 그녀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한학년이 지났다. 그녀는 또 다른 아이에게 나에게 했던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관심이 다른 아이로 옮겨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주변 길을 걷고 있었다. 앞쪽에서 예쁜 한 여학생이 걸어오고 있었다. 한눈에 알아봤다. 그아이 인것을. 하지만 아는척 하지 못했다. 또 그놈의 자존심과 혹시 저 아이가 나를 아는체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20대 초 싸이월드를 통해 그 아이와 연락이 닿았다. 싸이월드를 통해 그녀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아주 행복해보였다. 여전히 미소가 예쁜 아이였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때 살던 아파트에 그대로 살고 있었으며 그 아파트에 있는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줄 아이스크림 케잌을 하나 샀다. 그리곤 그 책방에 방문해서 주고 나왔다. 나의 작은 속죄였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줬던 작은 나의 잘못으로 인한..
지금에서야 나는 이 친구를 만나면 그때 있었던 얘기를 소상히 얘기하고 즐겁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여자를 만나본 경험도 없고 숫기도 없었기에 그냥 인사만하고 주고 나왔다.
싸이 방명록에 글이 달렸더라 케잌 고마웠다고..
그 뒤로 그녀의 소식은 알지 못했다. 싸이월드를 잘 안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딱히 할 얘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글을 쓰고 있으니까 궁금하다. 잘 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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